분신 건설노조원 “무고하게 구속된 분들 풀어달라” 야당에 유언
“정당한 노조 활동인데 독재정치의 제물 돼 억울하고 창피” 토로
유서 열람한 야당, 당 대표에 유서 전한 뒤 공식 입장 표명 방침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박영서 강태현 기자 = 노동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분신해 숨진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모(50)씨가 추가 유서에서 “무고하게 구속된 사람들을 풀어달라”라고 호소했다.
양씨가 더불어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을 수신인으로 남겨둔 밀봉 유서를 각 당 관계자와 유가족이 함께 3일 오전 10시께 강릉경찰서에서 열람한 결과 이런 유언을 남겼다.
각 당 관계자가 공개한 유서의 일부 내용에 따르면 양씨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면 본인은 돌에 맞아 죽는다고 했다. 하지만 먹고 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오늘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억울하고 창피하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한 것뿐인데 윤석열 검사 독재정치의 제물이 되어 지지율을 올리는 데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고, 또 죄없이 구속되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양씨는 “당 대표님들, 간곡히 부탁드린다. 무고하게 구속된 분들을 제발 풀어달라. 진짜 나쁜 짓하는 놈들이 많다. 그놈들 잡아들이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달라”고 썼다.
또 “저의 하찮은 목숨으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마 국민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적었다.
각 당은 유가족들을 고려해 내용의 일부만을 공개하고, 원본은 당 대표들에게 전달한 뒤 당 차원의 입장을 표명할 방침이다.
경찰과 건설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양씨 차량에서 기존에 발견된 유서 외에 밀봉된 유서 3부를 추가로 발견했다.
각각의 수신인은 가족, 노조, 더불어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등 야당이었다.
노조 앞으로 남겨둔 유서는 지난 2일 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양씨의 빈소가 차려진 속초시 보광병원으로 내려와 유가족과 함께 열어봤다. 분량은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유가족 뜻에 따라 유서 공개 결정은 물론 양씨의 장례를 노조장(葬) 혹은 가족장으로 치를지 정할 방침이다.
양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둔 지난 1일 오전 9시 35분께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몸에 휘발성 물질을 끼얹은 뒤 불을 붙였다.
전신화상을 입은 양씨는 의식을 잃은 채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인 2일 오후 1시 9분께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 숨졌다.
양씨는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혐의가)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네요”라는 내용이 담긴 유서 형식의 편지를 남기고 분신했다.
그는 건설노조 강원지부 조합원 2명과 함께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법원은 양씨를 포함한 3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원 지역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현장 간부 급여를 요구하는 등 건설업체들로부터 8천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았다.
양씨가 숨지자 민주노총은 윤 대통령 사과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해임, 건설노조 중단을 촉구하며 오는 10일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전면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conanys@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